올해의 마지막을 행복한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큐그레이더 마스터가 직접 수입하고 로스팅하고 내려주는 3잔의 커피오마카세를 즐기고 왔다.
이사하기 전에는 못해도 1~2주에 한번씩은 꼭 갔었는데 거리도 멀어지고 주말에 자꾸 문닫으셔서(외부일정) 한달만에 드디어 방문했다.
못간 시간만큼 이상한 보상심리가 생겨서 다른건 생각도 안하고 바로 바티켓 진행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동안 쟁여놨던 드립백도 다 떨어지고 카누랑 캡슐커피만 마시다보니 잊고있었는데 사장님이 직접 내려주시는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지 새삼 느꼈다.
실력도 실력이고 2년동안 데이터가 쌓이면서 나의 취향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계셔서 추천도 기가막히게 해주신다.
올해 어느 지역이 기후가 좋아 원두 농사가 잘됐는지부터 어떤 원두가 어느 지역이 원조인지 하는 역사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주신다.
이번에 특별히 좋은 원두를 ㅂㄹㅂㅌ이 눈치채고 싹쓸어가서 가격이 몇배로 뛰었고 농장주인의 의리로 겨우 구해왔다는 무용담같은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특히 재밌다.
모르고 마셨다면 그냥 맛만 기억하고 넘어갔을텐데
내가 마시고있는 커피의 원두가 어느 지역의 어느 농장에서 출발해 어떤 경로를 거쳐 왔고 누가 이 원두를 차지하기위해 경쟁했는지 상세한 과정을 알고 마시니까 특별한 원두를 마시는 즐거움도 더해져서 추억이 된다.
핸드드립 내릴때 고려하는 과학적 원리들도 쉽게 설명해주셔서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
(이걸 진작 들었다면 대학생때 C+받았던 유체역학 성적이 두단계는 올라갔을텐데^^)
아무튼! 큰 흰색 잔부터 시계방향으로
Honduras Parainema -> Ethiopia Natural Keramo -> (기억안남) Decaffeination -> Ethiopia Pegasing New Crop
1. Honduras Parainema
- 향 : 원두 향이 깔끔하고 풍부한 요거트향 계속 코를 박고 냄새맡고싶을정도로 황홀했음
- 맛 : 요거트 사과 커피다운 커피 너무 기분좋은 데일리 고소 짭짤 오일리 부드러움 깨끗하고 밸런스 좋음
- 느낌 : 평생 한 원두만 마셔야 한다면 이걸 선택하고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내 취향
2. Ethiopia Natural Keramo
- 향 : 원두 향은 쿰쿰하고 말린과일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맛은 청량하게 느껴져서 놀랐음
- 맛 : 가볍고 시원하고 상큼하고 좋음
깨끗하고 가볍고 과일이 팡팡 터지는 달달함
리치맛 풍선껌같은 달달함
마지막에 아이스크림같이 부드럽고 크리미한 느낌
- 느낌 : 힘들고 지칠때 생각날것같은 맛. 아이스로도 마셔보고싶다
3. (기억안남) Decaffeination
그냥 맛보라고 추가로 주신 디카페인 당연히 다른데보다 맛있었지만 앞에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상대적으로 밸런스가 깨진 느낌이라 유일하게 남겼다..어디껀지 기억안남
4. Ethiopia Pegasing New Crop
- 향 : 곡물 바게트처럼 거칠고 달큰한 향
- 맛 : 수정과의 자극 계피느낌은x 밑에 딸기맛도 약간 느껴짐
뒤에 곡물의 단맛 많이남 딱 누룽지의 기분좋은 단맛
[총평]
쁘가싱이 강렬하니까 시작은 깔끔하게 온두라스로 린싱하자고 하셔서 큰 기대를 안했다.
보통 맛있는건 마지막에 주시니까 커피 3개 코스의 만족도가 7->8->9 이럴줄알았는데 처음부터 만족도가 10이 돼버렸다ㅋㅋㅋㅋ
하지만 뒤에 두잔(2번, 4번)도 절대 꿀리지 않고 더 화려하고 더 맛있어서 만족도가 10->11->12 가 된 느낌!
지난 2년동안 화려하고 개성강한 원두들의 맛의 차이를 느끼는것이 재밌어서 싱글 드립백을 주로 마셨다.
신기하게 취향이 계속 바껴서 최근에는 큰 개성없이 커피다운(?) 편안한 맛을 내는 밸런스 좋은 커피가 땡긴다.
Honduras Parainema가 요즘 취향에 딱맞아서 매일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립백으로 안나온게 너무 아쉬워서 아침에 한시간씩 일찍 일어나 핸드드립 내릴 각오가 생길 정도였다.
전에 쓰던 장비 다 친구한테 줘서 지금 장비는 한개도 없지만ㅋㅋㅋㅋㅋ 일단 원두부터 구매해왔다. 이제 장비 다 맞춰야지 ㅎ
댓글